2011년 01월 09일
디노히바 온리전 나미모리 스캔들
# by | 2011/01/09 00:20 | 트랙백 | 덧글(0)
WHITE SPRING
잠 못드는 밤을 지나 하얀 봄.
하얀 봄을 지나 너의 곁으로.
"눈!! 리본 눈 와!!"
우당탕탕 복도에서 들리는 시끄러운 소리에 미리 디노가 올 것을 예상한 리본은 보던 책을 덮고 들어오는 그를 바라보았다. 얼굴이 발갛게 얼은 디노는 장갑 낀 손으로 한가득 퍼온 눈을 리본을 향해 내밀며 해맑게 웃었다. 가만히 있어도 입김이 폴폴 나는 겨울에 눈이 오는건 당연하건만 디노는 어째 매번 눈이 올때마다 날뛰는 강아지처럼 신이 난 듯 폴짝거렸다. 다시한번 재차 눈이 온다고 말한 디노는 리본의 반응을 보지도 않고 방 안으로 들어섰다.
"이거봐, 리본 눈이야."
"알아."
마치 리본이 모르는 것 마냥 설명을 덧붙인 디노가 밝게 빛나는 호박색 눈동자를 다시 창 밖으로 향했다. 펑펑 내리는 함박눈을 멍하게 바라보다 또 다시 얼굴 가득 미소를 피우며 웃었다. 하얀 눈이 디노의 손 안에서 조금씩 녹았다. 리본은 점점 녹아 물이 되는 눈을 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무슨 생각인지, 어차피 녹으면 다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것을 굳이 보여주려고 들고왔단 사실에 한숨이 절로 나왔다. 창 밖으로 던졌던 시선을 다시 돌려 제 손에 쥐인 눈을 한번 바라보았다. 그리고 이리저리 고개를 돌려 둘러보더니 아무것도 놓인 것 없는 침대 옆 테이블에 눈더미를 사박 내려 놓았다.
"거기다 두지 말고 갖다 버리란 말이다, 멍청아!!"
"리본도 나가자. 리본! 응?"
리본이 뭐라 소리치건 말건 축축히 젖은 장갑으로 리본의 손을 잡아 이끌었다. 그 불쾌한 감촉에 다른 때였다면 분명 뿌리쳤을텐데, 유독 신나하는 모습에 리본은 마지 못해 끌려 나갔다. 꽤나 쌀쌀한 날씨건만 목도리 하나 두르지 않은 하얀 목덜미를 보고 리본은 잠시 디노를 멈춰 세웠다. 그리고 옷장에 아무렇게나 걸려있는 ㅡ사용한적 없는 목도리를 꺼내 디노의 목에 단단히 매주었다. 코를 훌쩍이며 얌전히 리본의 손길을 바라보던 디노가 베시시 웃었다. 언 볼을 손으로 한번 슥 매만진 리본이 먼저 앞장서서 걷기 시작하자 디노가 그 뒤를 종종 걸음으로 따랐다. 눈 완전 많이왔어! 이만큼 쌓였어! 과장 되게 말하는 디노에게 대충 고개를 끄덕여 주고 저택 현관을 나섰다. 하얗게 변한 정원 위로 이리저리 뛰어다닌 디노의 발자국이 어지럽게 찍혀 있었다. 소복소복 쌓이는 반짝이는 눈이 마치 새하얀 양탄자 마냥 세상을 뒤덮었다. 리본의 옆에 서있던 디노는 고새 또 정원 한가운데로 나가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흰 눈위로 까맣게 찍힌 발자국을 보며 리본은 피식 웃었다. 안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불을 붙였다.
"안춥냐."
"리본 추워?"
"너 말이다."
"나, 괜찮아."
말 끝마다 따라붙는 미소에 리본은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바보는 감기도 안걸린다더니."
"맨날맨날 눈이 오면 좋겠다."
하늘은 뿌옇게 탁한데 그와 대비되게 온 세상은 하얗게 물이 들었다. 밟을 때마다 뽀득뽀득 기분 좋은 소리가 나고, 공기는 차가운데 사박사박 내리는 눈은 마치 따뜻할 것처럼 온 세상을 포근히 끌어 안는다. 기분이 좋았다. 눈이 올때면 매번 이렇게 밖에서 놀고 싶은데 혹여 들지도 모르는 감기 때문에 이렇게 놀지 못한다는게 아쉬웠다. 지금이야 부하들이 저택을 비운 상태라지만, 아마 돌아오면 분명 디노에게 엄청난 잔소리를 늘어 놓으며 저택으로 불러 들일 것이다. 요새 병세가 안좋은 9대 때문에 더 디노를 과보호하는 탓이었다. 따뜻한 날 눈이 내리면 좋겠다. 하늘을 바라보며 디노는 아까와 다르게 조금 쓸쓸한 눈빛으로 말했다. 따뜻한 날, 눈이 내리면 아빠도 함께 볼 수 있을텐데.
빨갛게 불똥이 맺힌 담배를 아무렇게나 내던지며 리본도 디노의 옆에서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어린 아이의 작은 소망이 담긴 그 한마디는 꽤나 묵직하게 바닥으로 가라앉았다. 그 위로도 소복소복 눈은 덮이고 그 소망이 보이지 않게 되었을때 즈음, 리본은 입을 열었다.
"봄에 눈이 내리는 곳이 있어."
"리본, 바보야? 봄에 눈이 내릴리가 없잖아."
고새 얄미운 소리를 내 뱉는 디노의 뒷통수에 크게 꿀밤을 먹인 리본이 말을 이었다. 뒷통수를 감싸쥐고 앓는 소리를 내며 디노는 원망스럽다는 듯이 리본을 바라보았다.
"동양에 있는 섬나라에 가면, 봄에 눈이 내린다."
"거짓말. 그런게 어딨어."
"나중에, 너희 아버지가 건강해지고 네가 조금 더 컸을 때 데려가 주지."
날 거짓말쟁이로 매도한 벌은 그때 주겠어. 리본은 한쪽 입꼬리를 비싯 올려 웃으며 다시 저택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도도도 빠른 걸음으로 그 뒤를 따랐다. 내리는 눈이 아쉬웠지만 리본의 귀가 솔깃한 이야기에 더 흥미가 생겼다. 리본, 정말이야? 옷깃을 잡고 따뜻한 저택 안으로 들어가며 이것저것 묻기 시작했다. 하얀 봄, 멋있겠다. 하얗게 눈이 내리는 따뜻한 봄날이라니. 상상만으로도 행복해졌다.
# by | 2010/10/27 06:16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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